장모님은 올해 연세가 84세 되셨다. 언제인지부터 모르지만 병원처방대로 수십 년간 약을 복용해왔다. 고혈압약 혈전약 등등 뭔지 모를 약이 두손으로 움켜질 만큼이고, 그러한 약을 하루에 복용한다. 고혈압약은 고혈압을 내리는 줄 알고, 혈전약은 혈전을 없애는 줄 아신다. 그러한 결과로 지금은 치매가 진행 중이고, 30여 년 전에는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던 몸이 이제는 초등학생 정도의 키로 변했다.
급기야 3주전에는 기력이 다해서 식사도 못하시고 의식이 없는 듯 누워만 계셔서 119로 응급실에 갔다. 당시에 맥을 보니 아직 사맥이 아니라서 포도당 주사만 맞으면 바로 회복될 것으로 보였다.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, 병원에서는 처음에는 뇌경색이라 하였고, 나중에는 뇌출혈일는지 모른다는 말을 하였다. 그 다음 주에는 관상동맥이 막혔을는지 모른다고 조영술을 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스텐트 시술을 하겠다고 한다. 그래서 조영술과 스텐트 시술을 하면 걸어서 퇴원을 할 수 있냐고 물었다. 아니라고 한다. 그럼 왜 하냐고 물었다. 묵묵부답이다. 퇴원하겠다고 했다. 바로 그 병원에서 영양가 없는 환자로 취급되었다.
퇴원시키기 전에 몇 가지 고민을 했다. 면회가 안 되서 장모님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먼저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. 치매 뇌졸중 등의 단어가 쓰인 병원진단서에 의존해 바로 요양병원으로 보내면 의식이 있을 경우 생지옥으로 보내는 꼴이기 때문이다. 퇴원하는 날 집으로 모신다고 하니까 병원관계자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한다. 거의 100% 요양병원에 가는가 보다. 그러거나 말거나 누워서 거동도 못하는 장모님을 집으로 모셔왔다.
집으로 모셔온 지난주 목요일, 의식도 있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. 다만 말이 어눌하고 병원에 누워만 계서서 욕창도 시작할 듯한 상태다. 온 가족이 나서서 보살핀 결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은 걸어 다니시고 말도 어느 정도 명확해졌고, 어제는 집사람과 사소한 일로 싸웠다. 병원말만 믿고 요양병원 보냈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고 처제와 집사람이 반복해서 지겹게 이야기 한다.
'지난 글들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중풍의 편마비와 기경팔맥의 양교맥 (23.09.20) (0) | 2024.09.13 |
---|---|
말이 어눌한 중풍 전조증상과 기경팔맥 (23.09.16) (0) | 2024.09.13 |
고혈압약의 허실 (23.08.23) (0) | 2024.09.13 |
여름감기와 면역력 (23.07.14) (0) | 2024.09.13 |
여름철 심장을 지키는 거궐혈 (23.07.07) (0) | 2024.09.13 |